[기로에 선 신자유주의] 한국 소득 불평등 98년이후 두드러져
 
한국에도 신자유주의 이념이 지배한 이래 통계수치상의 소득불평등이 두드러진다. 통계청 자료상 대략 1998년을 기준으로 소득분배 관련 지표가 현저히 나빠지고 있다. 이때는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신탁 통치 아래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화해 나간 시점이다. 소득5분위 배율 지니계수 등 통계청의 분배 관련 지표를 보면 한국의 분배가 지속적으로 불평등해졌음이 드러난다.

소득5분위 배율은 소득상위 20%의 소득을 소득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숫자가 클수록 분배불평등을 1에 가까울수록 평등을 뜻한다. 이 지표는 90~97년 약 4배 정도에 머무르다 98년 4.94배로 급등한 뒤 지난해 6.2배에 이르는 등 증가세다.

지니계수(2인 이상 도시가구 시장소득 기준)는 92년 0.256으로 최저치에 머물다 97년 0.268까지 약간 상승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불황이던 이듬해에는 전년 대비 10% 오른 0.295를 기록했다.

지니계수 상승은 2006~2007년 또다시 급증해 지난해 현재 0.325에 다다랐다.

한편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와의 연도별 차이는 2000년 이전 0.008 정도로 미미하다 2000년부터 0.014~0.027의 격차를 보인다. 2000년부터 정책상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은 85년 24.85%에서 97년 22.25%로 지속적인 감소세였으나 이 역시 외환위기 이후 상승선을 그린다. 점유율은 98년 24.83%로 급등한 뒤 점차 감소해 지난해 현재 24.03%이다. 소득상위 10%그룹은 나머지 그룹의 98년 연소득이 전년 대비 6~22% 감소하는 동안 유일하게 4%대의 소득 증가를 보였다. 소득최하위 10% 계층에 비해 이들이 1년에 벌어들이는 소득은 80년대 8배 정도였다 90년대 들어 외환위기 전까지는 7배 정도로 줄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격차가 벌어져 9배 수준에 달하고 있다.

<장관순기자>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미국 상위1% 소득 점유율 20% 대공황 수준
 장관순기자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 빈곤의 심화와 양극화
ㆍ노르웨이·프랑스도 90년대 분배불평등 심화

신자유주의 나라 미국의 분배구조가 다른 형태의 자본주의를 시행한 나라들보다 훨씬 불평등하다. 이는 노조를 중시하는 전통적 조합주의(코포라티즘) 체제의 프랑스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인 노르웨이와 수십년간의 분배 지표를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미국 영국에서 신자유주의 경제가 고착화한 1980년대 이래의 국민 1인당 생산성을 따져도 미국이 절대 우월하지 않다. 다만 프랑스와 노르웨이라 해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한 뒤에는 분배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


각국의 분배구조는 지니계수로도 드러난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그 나라의 소득분배 구조가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80년대 중반부터 20여년간 미국·노르웨이는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상승하고 프랑스는 하락했다. 8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계수의 추이만 놓고 비교하면 프랑스만 소득분배 구조가 개선(0.04포인트 하락)됐고 미국과 노르웨이는 악화(각각 0.06 0.08포인트 상승)됐다. 시장소득 지니계수의 추이말고 절대치를 비교하면 미국(0.40~0.46)이 프랑스(0.48~0.52)보다 분배 상황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로 따지면 프랑스의 분배구조가 미국보다 훨씬 평등하다.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연금 등 사회보장 비용 세금 등을 지출한 뒤 ‘실제 개인이 쓸 수 있는 소득’에 대한 지니계수다.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의 격차가 클수록 그 나라의 조세 및 사회보장제도가 소득 재분배 기능을 잘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80년대 중반 0.34에서 2000년대 중반 0.38로 0.04 상승했다. 영국도 같은 기간 미국과 같이 0.043 상승(0.280→0.323)했다. 노르웨이는 0.05 상승(0.23→0.28)했고 프랑스만 0.03 하락(0.31→0.28)했다.

부자나라 미국의 높은 빈곤율

미국은 빈곤율도 가장 높다. 프랑스나 노르웨이가 한자릿수의 빈곤율을 보이는 데 비해 미국은 수십년간 10%를 상회한다. 국가간 빈곤율의 비교에는 상대빈곤율 개념을 사용한다. 보통 그 나라 중위소득(median income)의 50% 미만 소득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쓴다. 중위소득이란 최고소득자부터 최저소득자까지 국민 전체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서 있는 사람의 소득을 뜻한다. 미국 상무부 인구조사국 통계는 미국의 상대빈곤율이 80년대 초 급등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69년부터 약 10년간 11%대에 머무르던 빈곤율은 80년(13.0%) 급등한 뒤 최근까지 비슷한 수준이다. 영국은 미국보다 낮다. OECD 통계상 75년 6.4%에서 90년 14.2%까지 줄곧 상승했지만 2005년(8.3%)까지 하락세다.

노르웨이나 프랑스의 빈곤율은 6~7%대에 불과하다. OECD나 룩셈부르크 인컴스터디(LIS)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상대빈곤율은 80년대 중반 이래 20여년간 최고치가 7.1~7.2%다. 프랑스 통계청이 산출한 상대빈곤율은 70년 12.0%에서 2007년 6.2%까지 하향세가 뚜렷하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대략 프랑스의 6배 노르웨이의 40배에 달한다. 국토 면적이나 인구를 감안하면 당연한 수치다. 반면 ‘1인당’ 국내총생산과 국민총소득(GNI)의 증가세를 놓고 비교하면 3개국 가운데 미국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각국 통계청이 집계한 70년 현재 1인당 GDP는 미국 4934.28달러(약 756만원) 프랑스 2397.40유로(약 464만원 프랑을 유로로 환산) 노르웨이 2만3505크로네(약 516만원)다. 이를 기준으로 2007년까지의 증가율을 따지면 노르웨이가 2057.22%(48만3550크로네)로 가장 높았다. 프랑스는 1241.56%(2만9765.10유로)였고 미국은 923.06%(4만5546.36달러)로 가장 낮았다. 1인당 GNI의 경우 79년을 기준으로 3개국을 비교했을 때도 같은 결과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경제성장 측면에서 90년대 클린턴 행정부 때 미국이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던 시절에도 유럽 강소국들은 경제적 성과나 안정성이 미국에 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전통적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성장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북구 사민주의 3개국 가운데 노르웨이는 다른 나라와 달리 유전 개발의 이익을 크게 봤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노르웨이도 신자유주의 도입 후 빈부격차

미국·영국 경제에 비해 시장주의 정도가 덜한 프랑스와 노르웨이이지만 이들도 신자유주의와 단절하지 못했고 그 결과 90년대 이래 이들 나라에도 분배 불평등 현상이 나타났다.

70년대 잇단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 등 경제위기를 맞은 미·영 두 나라는 80년 무렵 집권한 레이건과 대처 때 신자유주의 노선을 강화했다. 취임연설에서 “정부는 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시장 우위를 주창한 레이건 “파업으로부터 국가 경제를 구하겠다”며 노조에 선전포고한 대처는 복지예산 삭감 및 감세 공기업 민영화 및 작은 정부 노조 활동 규제 등을 착착 이행했다.

반면 80년대 초 “삶의 방식을 바꾸자”는 구호를 들고 나와 프랑스 사상 최초의 좌파 대통령으로 집권한 미테랑은 정반대 정책을 폈다. 복지와 형평성을 중시한 사회당 정부는 집권 초 기업 국유화 단행 사양산업과 성장산업 동시 지원 부자 증세 등 사회주의적 통제경제 정책을 폈다. 그러나 결국 프랑스도 인플레이션 심화 등의 문제에 부딪혀 80년대 말 자유시장 경제체제로 전환했다.

95년 ‘성장 우선’을 내건 우익 시라크 정권에 이어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도입되면서 사회갈등도 잦아졌다. 2005년 프랑스 통계청이 집계한 지니계수가 전년 대비 0.021포인트 빈곤율은 0.9%포인트 각각 올라간 뒤 이후 상승세다. 2005년에는 이민자 폭동 등 프랑스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국민 저항이 가장 심했다. 하지만 노조를 국가운영의 주체로 여기는 조합주의 전통 및 좌·우 동거정부의 존재로 인해 극단적인 분배구조 악화는 막고 있다.

노르웨이도 미국처럼 80년대 초 경제위기를 기회로 우파정권이 노동당 정권을 대체하고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을 시도했다. 이 기조는 86년 정권 탈환에 성공한 노동당에 의해서도 상당 부분 계승됐다. 특히 90년대 말 사민주의적 모델 자체도 변형됐다. ‘과세를 통한 재분배’ 기조는 유지됐지만 국영 석유회사 우체국 등 공기업을 민영화한 것이다. 그 사이 ‘주식 부자’들도 늘어나면서 분배구조가 달라졌다. 소득상위 1%의 소득점유율 통계도 92년(5.47%)부터 급등해 2005년 16.78%까지 치솟는다.

주 노르웨이대사관 홍상우 참사관은 “노르웨이는 80년대 말 부실은행 연쇄도산에 따른 경제위기를 이유로 자본소득세 12.5%포인트 삭감 등 기업·자본에 유리한 세제개혁을 폈다”고 전했다. 오슬로 국립대 박노자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노르웨이에 끼친 해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면서 “지나치게 부유해진 상위 5%와 눈에 띄게 가난한 하위 5%의 존재는 사회에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

미국은 부유층의 ‘부의 편중’ 현상이 80년대 이후 심화되고 있다. 학자들은 이를 미국이 신자유주의를 적극 실천한 이래 생긴 변화로 본다. 노르웨이는 미국보다 10년 정도 뒤진 90년대부터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프랑스만 지난 20여년간 부의 편중이 약하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UC버클리) 에마뉴엘 사에즈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2차대전 후 미국 부유층의 소득점유율은 안정돼 있었지만 2006년까지 최근 25년여간 극적으로 증가했다. 이 수준은 주식시장 거품이 치솟던 1920년대와 같다. 소득상위 1% 계층의 점유율이 유독 급증했는데 이는 분배 불평등의 주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소득상위 1% 계층’이 미국민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년대 이후 9%선이었다 80년대 초부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서브프라임 위기론이 대두되기 시작한 2006년(20.02%)은 대공황 직전(21.09%) 수준이다.

프랑스에서는 파리경제학교 토머스 피케티 교수(1901~98년) 파리1대학 카미유 랑데 교수(1998~2005년)가 비슷한 연구를 했다. 프랑스의 소득 상위 1% 계층의 점유율은 2차대전 뒤인 46년(9.22%)부터 2005년(8.20%)까지 6.99~9.88% 구간에서 급등락 없이 안정적이다. 피케티 교수는 논문에서 “70년대 이래 미국은 프랑스와 달리 부유층의 소득점유율이 급증한다. 이는 임원에 대한 보수 등이 늘고 부자 감세가 대규모로 시행된 까닭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통계청 롤프 아베리에 박사도 지난해 유사한 논문을 내놨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상위 1% 부자들의 소득점유율은 미국보다 절대적으로 낮다. 점유율은 38년(12.72%)에서 91년(4.45%)까지 50여년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다. 다만 92년부터는 급등세다.

영국 스웨덴 일본에도 동일한 연구가 있다. 영국은 80년 6%대에 이르기까지 줄곧 하락하다 이후 2000년(13%)까지 상승세로 반전 미국과 유사하다. 스웨덴은 82년 4%대의 저점을 찍은 뒤 이후 2002년 7%대가 될 때까지 증가세다. 이는 노르웨이보다 시기적으로 10년쯤 앞서는 급반등으로 볼 수 있다.
 
 
민영화로 국가 근간까지 흔들”
 장관순기자·유희진기자 quansoon@kyunghyang.com
 
“악몽으로 변한 아메리칸 드림”
ㆍ‘빈곤대국 아메리카’ 저자 쓰쓰미 미카 인터뷰

일본인 저널리스트 쓰쓰미 미카(堤未果)는 의료보험 부재로 고통받는 노동자 몰락하는 중산층 거리로 내몰리는 저소득층 등 미국의 빈곤 문제에 천착해온 저술가이다.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현실을 전한다는 점에서 저널리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유엔 앰네스티 등 국제기구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뉴욕과 도쿄를 오가며 활발히 집필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세계 경제위기는 시장원리가 만능이 아님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 당신의 책 <빈곤대국 아메리카>가 한국에도 번역돼 출간되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9·11 동시테러가 일어났을 때 미국 노무라 증권에 근무하고 있던 나는 세계무역센터 바로 옆 세계금융센터 빌딩에서 일하고 있었다. 참사 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가 보장됐다는 미국의 미디어가 내보인 것이라고는 테러리스트의 신상 명세와 타들어가는 빌딩 영상뿐이었다. 대통령과 식자층은 “범인은 중동의 테러리스트로 이성이 통하지 않는 그들과는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없다”며 “미국의 국민을 지키려면 당하기 전에 공격하는 수밖에 없다”고 반복할 뿐이었다. 미디어의 이 같은 선동에 휩쓸려 비이성적 공포에 지배당한 나라가 전쟁을 향해 돌진해가는 이런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미디어가 입을 다문다면 스스로 진실을 찾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저널리스트라는 직함은 이후 자연히 붙었다.”

- 미국은 어떤 나라라고 규정할 수 있겠는가.

“내가 유학한 1990년대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누구에게든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 있고 누구나 자유란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회. 이런 이미지를 동경했다. 하지만 책을 쓰는 동안 눈앞의 미국은 9·11 이후 뿌려진 ‘테러와의 전쟁’이란 말에 순식간에 압도돼 있었다. 미디어가 사실을 말하지 않는 동안 ‘안보’를 빌미로 감시사회화가 지속되고 격차가 급격히 확대돼 갔다. 이에 따라 국가의 근간까지 시장원리가 삼켜버리고 전쟁마저 민영화해 버렸다.”

- 미국 내 빈곤층이 겪는 고통을 직접 목격하니 어떤가.

“서브프라임론은 미국의 금융공학이란 개념이 만들어낸 최악의 ‘빈곤 비즈니스’다. 내가 취재한 스톡턴이라는 마을은 마치 유령도시 같았다. 덩그러니 버려진 그 동네의 집 한 채 한 채가 미국 빈곤층이 꿨던 아메리칸 드림이다. ‘당신도 꿈을 이룰 가치가 있다’는 감언이설에 혹해 담보대출을 한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그들에게 대출을 유도한 금융회사의 죄는 추궁당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부가 들일 공적자금은 금융위기 구제용일 뿐 차압당해 무주택자·노숙자가 된 사람들에게는 닿지도 않는다. 거대한 도박으로 돈 번 사람들은 위험해지면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구해준다. 이 도박에서 최대의 희생양이 된 것은 보통의 빈곤층이다.”

- 과거와 비교해 지금의 미국 극빈층은 더 어려워졌나.

“중간층이 빈곤층으로 빈곤층이 극빈층으로 전락해가는 게 지금의 미국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가는 사람들에 대한 구제책이 없을 뿐 아니라 사회안전망이란 게 자꾸자꾸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미국 사회는 그래도 기독교 정신이라는 게 전통으로 있었다. 누구든 굶어죽을 것 같아도 교회에 뛰어들면 밥을 얻어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부시 정권 하에서는 노숙자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행위를 위법으로 규정한 법률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무료급식 행사는 연 2회 즉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에만 열리게 돼 있다. 겨울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뉴욕에서는 빈곤층 대상 난방지원 예산이 삭감됐다. 심각한 전쟁 후유증을 안은 채 대부분 노숙자로 전락하는 퇴역군인 대상 의료보장 예산도 연 30억달러나 삭감됐다. 의료혜택이나 음식을 얻지 못하고 길거리에 내버려지는 극빈층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에게 탈출구가 있기는 하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지는 2개다. 정식으로 입대해 병사로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가든지 민간 회사의 파견사원이나 용병이 돼 같은 곳에 가는 것이다. ‘민영화된 전쟁’은 결국 ‘정책’이 양산한 빈곤층의 지탱에 힘입어 대기업이 자사 주가를 올리는 구조다.”

-미국의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경제위기가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나.

“많은 사람들이 하룻밤에 거의 모든 재산을 잃고 하위 계층으로 전락했다. 금융에 투자하던 사람뿐 아니라 잇따라 도산하는 금융기업 종업원도 노동시장에 내던져지고 있다. 지금 노동현장의 상황이 이례적으로 어려워 재취업은 난망하다. 장년 직원보다는 젊고 말 잘 듣는 사람이 필요한 단순노동 쪽 수요가 오히려 많은 까닭이다. 회사가 파탄하면 일자리뿐 아니라 의료보험이나 연금도 바닥나버리는데 이 탓에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돈벌이를 위한 금융이나 부동산) ‘투자’라는 개념은 미국이란 나라를 지탱해 온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 ‘도박’에서 지면 모두 자기책임이 된다. 국가는 개인을 지원하지 않고 사회안전망도 찾아볼 수 없다. 지금 미국인들은 단번에 이런 상황까지 떨어져 버렸다.”

-어떤 사회적 합의와 대안이 자본자유화와 경쟁지상주의가 야기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겠나.

“일찍이 시장원리는 꿈 같은 미래를 가져온다는 믿음이 있어왔지만 그게 꼭 만능이 아니라는 게 이번에 증명됐다. 미국뿐 아니라 이 모델로 파탄한 나라는 많다. ‘금융입국’이라 언급된 아이슬란드도 붕괴했고 일본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의구심이 급증하고 있다. 식량위기로 폭동이 난 아이티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강요한 신자유주의 정책 탓에 국내 농업이 박살난 데 대해 반성하고 있다. 남미 여러 나라에서도 좌파정권의 등장 및 대 IMF 독립선언이 동시 출현한다. 미국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신자유주의가 정말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거냐 아니냐 국가의 역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된다. 도대체 시장원리에 맡겨도 되는 영역과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영역의 구분이란 것은 어디까지인가. 새로운 제3의 경제모델을 전 세계 차원에서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제사회는 한 나라나 열강의 주도가 아닌 전체 국가들에 동등한 발언권을 부여한 ‘국제통치 체제’가 해결책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공정 무역이나 지속가능한 환경 인권 등에 대해 결정해 나갈 수 있다. 국제사회든 개별 국가든 1개국과 1개 정당의 지배가 아니라 참여형 민주주의가 최선이라고 깨닫는 게 중요하다.”

- 미국 오바마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변화시킬 것으로 보는가.

“지난 대선에서 단 하나 훌륭한 점은 인종차별 역사를 지닌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빈곤대란을 낳는 것은 ‘전쟁 경제정책’과 신자유주의다. 미국의 올해 군사 예산은 6000억달러나 된다. 오바마는 군수산업으로부터도 월가로부터도 제약회사로부터도 막대한 정치자금을 받는 데다 참모진 역시 신자유주의 신봉자가 넘쳐난다. 부시 정권 때의 조건이 변하지 않았다. 부시는 방대한 방위비 충당을 위해 사회보장비를 삭감했다. 이로써 빈곤층의 생계를 위해 입대나 파견등록을 유도해 이라크에서의 전쟁 동력을 확보했다. 이 구조를 깨는 데는 전쟁 경제정책과 신자유주의에서의 큰 방향전환이 불가결하다. 하지만 지금의 환경 속에서 오바마가 얼마나 변화를 시도할지는 의문스럽다. 미국의 변화는 대통령의 피부색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사회보장 시스템 강화 및 이를 위한 방위비 삭감을 통해야만 가능하다.”

- 한국은 미국 따라하기에 전념하고 있다. 교육 비평준화 시도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 등 경쟁 체제를 답습하는 한국을 어떻게 보는가.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일본도 똑같이 미국의 뒤를 쫓았고 그 때문에 많은 문제를 낳았기 때문이다. 일본도 생명과 교육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관여되는 부분까지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 같은 경쟁 속에서 분절당한 사람들의 발언권이 약화되면서 격차가 확대됐다. 그 결과 의료난민과 실업자가 급증하고 교육격차가 노동격차를 가중시키고 있다. 시장원리와 경쟁은 동기 부여 서비스의 질 개선 경쟁력 증대 등의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현재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 미국형 경제 모델이란 브레이크 조절을 제대로 못하면 국가의 토대가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이런 점을 판별해내는 게 중요하다.”

- 민영화의 가장 큰 폐단은 무엇인가.

“미국뿐 아니라 이미 일본에서도 민영화에 따르는 사회문제가 심각하다. 전기 가스 물 등 생존에 관련된 인프라를 민간에 위임함으로써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남미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폭동을 봐도 알 수 있다. 가스 역시 사고 발생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민간에 위임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민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책임의 소재’를 알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일본은 국가가 관할하는 영역의 사업자가 심각한 사고를 내면 국회에서 추궁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의 경우는 책임이 애매해져 버린다.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다 해도 해당 업체가 도산하면 벌금이든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이든 강제할 수 없게 된다. 업체 사장이 TV에 나와 머리 숙이면 그걸로 끝이다. 국민의 생명은 국가가 책임질 영역이다. 국민은 그것을 위해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소리높여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미국 모델을 도입한 일본의 현실은 어떻게 변했나.

“일본이 미국의 뒤를 쫓고 있는 가장 심각한 영역의 하나가 바로 의료 부문이다. 비정규 고용이 급증하면서 건강보험료 체납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증을 몰수당하는 젊은이나 고령자 워킹푸어(근로빈민)도 급증 추세다. 동시에 외국 자본의 민간보험이 급격히 침투하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징조다. 일본은 많은 병원이 경영난에 빠져있다. 정부는 의료비의 국고부담을 올리는 대신 고령자에게 별도 보험료를 징수하는 법을 제정한다거나 ‘효율이 좋은’ 주식회사식 경영을 병원에 권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요된 경쟁 인력 부족 과잉 노동으로 많은 의사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덩달아 의료사고라든가 ‘임산부 떠넘기기’ 같은 진료거부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 부문을 민영화하면 의료행위는 ‘상품’이 되고 생명 자체에 격차가 생기고 만다.”
- 미국모델 도입 이후 일본의 안전 신화도 무너지는 것 아닌가.

“워킹푸어는 단순히 노동 상황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이는 아무리 노동해도 괴로운 생활로부터 벗어날 전망은 없고 한 번 병에 걸리면 일자리를 잃는 데다 만족스러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도 없는 처지를 뜻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목이 잘리지 않는가 하는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산다. 지나친 시장원리 속에서 인간이 ‘일회용’이 되는 것이다. 이름이 있고 가족도 있는 또 살아온 역사나 장래의 꿈도 가진 하나의 인격체가 단지 ‘값싼 노동력’이란 상품으로 취급된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최근 증가하는 일본 내 엽기적 살인사건에서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었다’고 말하는 범인이 많다는 게 주목된다. 일본은 옛날처럼 안전한 사회가 아니다. 많은 국민이 불안을 품은 채 살고 있다.”

<장관순기자·유희진기자 quansoon@kyunghyang.com>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 미국의 빈곤과 양극화
ㆍ상위 10%가 부의 70% 독점
ㆍ죽을때까지 일해도 궁핍한 생활
ㆍ중산층 몰락은 민주주의 위기

실직한 뒤 낡은 모텔에 사는 폴라이트 가족

폴라이트(44) 가족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의 한 1950년대식 허름한 모텔에 살고 있다. 부인(31)과 아들(6)·딸(12)은 가장인 폴라이트가 실직한 뒤 살던 집을 잃고 이렇게 반(半)노숙 중이다. 가구는 금이 가고 칠이 벗겨져 있다. 가재도구는 쓰레기 봉지에 담아 방구석에 둔다. 식사 때 쓰는 포크는 ‘맥도날드’에서 얻어온 플라스틱이다.

폴라이트는 지난해 가을 창고 관리직에서 해고됐고 부인도 비슷한 시기 병원 일자리를 잃었다. 자녀 교육을 위해 뉴욕 브루클린으로 이사 다니며 수입의 대부분을 썼던 부부였다. 그런 부부의 연수입 6만달러(약 9000만원)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실직한 그들은 친척 집에서 한달간 얹혀 살고 구입한 지 6년 된 차 안과 노숙자 응급 보호소에서 며칠을 지내다 여기까지 왔다. 담당 관청은 보호소에 빈자리가 날 때까지 이들에게 숙박비 조로 하루에 65달러를 지원한다.

졸지에 빈곤층으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에 부인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정신을 차리는 데만 2주가 걸렸다. 나는 열심히 일했고 일을 좋아했다. 지금 벌어진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집세 못내 아파트에서 쫓겨난 산타나

보스턴에 사는 산타나(30·여)는 지난해 경기 침체로 벼랑끝에 몰렸다. 아이 셋이 딸린 미혼모인 그는 전산 데이터 입력하는 일을 하다 경기침체 이후 지난해에만 3차례 실직했다. 아직 실업자인 그는 집세를 못 내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나 보스턴 인근 모텔을 전전하고 있다. 요즘 산타나의 주요 일과는 정부지원금 신청서를 내러 관청에 가는 것이다. 수년간 빈곤가정 보호소에서 지내다 마침내 자신의 셋방을 얻은 것은 2007년 말이었다. 그것도 고작 몇개월이었다. 경기침체로 수입도 줄어 계속 그곳에 살 수 없었다. 그는 “보호소를 떠날 때 집도 주식도 없었기에 ‘모기지와 주식시장이 위기’라는 뉴스는 먼나라 얘기였다. 하지만 지금 그 먼나라 얘기를 절감한다”고 말했다.

티파니가 방과후 활동 싫어하는 이유

미국에서 ‘집 없는 사람’(the homeless)이란 거리에서 살면서 행인의 푼돈을 구걸하는 노숙자이다. 그러나 노숙은 아니더라도 최근 보호소에서 사는 집 없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은 바로 실직으로 집세를 밀리거나 대출금을 갚지 못한 사람 혹은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댈러스 생활기금 보호소에서 거주하는 여중생 티파니(14). 그는 어머니가 실직한 뒤 어머니·언니와 함께 이곳으로 왔다. 티파니는 학교의 방과후 활동이 싫다. 보호소에서 주는 저녁끼니를 걸러야 하기 때문이다. 언니 코트니(15)는 학교 농구부를 그만뒀다. 해가 져야 끝나는 운동 연습이 문제였다. 연습 뒤 외진 곳에 있는 보호소까지의 늦은 귀갓길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댈러스 지역은 빈곤 학생수가 학교별로 전년 대비 86~185% 증가했다. 한 고교 관계자는 “가난한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집을 잃거나 집을 내놓고 친척 집에서 지내는 중산층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그는 또 “집 없는 아이는 항상 옮겨다니는 부모를 따라 전학을 자주 다니게 되는데 전학할 때마다 또래에 비해 6주 정도 학습이 뒤처진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에 제출된 무주택자(주로 노숙자) 관련 여러 보고서 중 최신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노숙자는 2007년 1월 현재 67만1888명으로 추산된다. 2005년 1월 76만3010명 2006년 1월 75만9101명 등에 비춰보면 금융위기 본격화 이전 무주택자 수는 감소세였다. 그러나 시민단체 ‘노숙 종식을 위한 전국 연합’은 “통계치가 최근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2년내 효과적 정책이 집행되지 않으면 150만명의 추가 노숙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미국 시장(市長)협의회가 25개 도시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9개 시에서 전년대비 평균 12% 노숙자 수의 증가가 보고됐다.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왜 은퇴할 수 없는 거냐”

그러나 살 집이 있다고 빈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하이오에 사는 카포치(63)는 현재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운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건설업체에서 30여년간 일한 그는 지난해 가을 퇴직했다. 유유자적한 은퇴 생활을 기대했지만 그 꿈은 경제위기와 함께 사라졌다. 건설 시황이 좋지 않으면서 경기에 연동된 그의 퇴직연금도 쪼그라들었다. 카포치는 6개월째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나는 뼈 빠지게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아직도 은퇴를 못하겠다. 퇴직연금은 40%가 삭감됐고 내가 가진 집값도 떨어져버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냐”고 한탄했다. 미국 은퇴자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을 잃은 57%의 미국 노년층이 일자리를 찾고 있거나 퇴직을 미뤄야 할 처지다. 52%는 음식·약품·연료 비용을 대는 것조차 힘들다.

노스캐롤라이나 더램 시에 사는 독거노인 아이린 스탠리(68·여)는 월 1500달러의 연금만으로 산다. 이 중 집세(585달러)와 병원비·약값(300달러 정도)만 900달러 정도 매달 나간다. 고혈압과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그는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지출이 점점 더 늘 것을 걱정하다 최근 3개월간 가망 없는 구직에 나서보기도 했다. 지난 1~2월 난방비를 아끼려고 보일러마저 끄고 살았다. 그는 결국 빡빡한 생활비와 의료비 부담 때문에 오는 6월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월세 340달러짜리 집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스탠리는 “뉴멕시코 펜실베이니아에 각각 살고 있는 오빠와 남동생이 보고 싶지만 비행기 삯이 너무 비싸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근 채플힐에 사는 클레어(63·여)는 피부암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앓고 있지만 “병원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손사래쳤다. 의료보험이 없는 그에게 한 차례 진료란 200달러 정밀검사란 2000달러의 지출을 각각 의미한다. 이혼한 딸과 근근이 살고 있는 그는 “암이면 그냥 죽어야지 별 수 없다. 여기서는 그렇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전세기 이용하는 부자들은 오히려 증가

최근 미국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푸드스탬프(빈곤층 대상 식품구입권) 수혜자 수는 날로 늘고 있다. 미국 농무부 자료를 보면 수혜자 수가 2007년 말 2756만여명에서 지난해 말 3178만여명으로 15.32% 늘었다. 연도별 월평균 수혜자 수는 2006년(2667만여명)에서 2007년(2646만여명)까지는 감소하다 지난해 들어 매달 2840만여명으로 증가했다.

하버드 로스쿨의 엘리자베스 워런 교수는 물가를 감안한 현재의 가구당 소득이 8년 전에 비해 1175달러 감소한 반면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기초생활비가 4600달러 이상 올랐다고 지적한다. 워런 교수는 “그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더라도 부유층 아닌 사람들이 버텨나갈 기반이 사라지고 있다. 경제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미국 경제의 근간이었던 강력한 중산층이 몰락할 것이고 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부자들 상황은 다르다. 미국의 빈곤·납세 관련 시민단체들은 수년 전부터 민간 제트여객기를 빈부격차의 지표로 지적해왔다. 미국내 부유층이 이용하는 전세 제트기는 비행시간당 최고 1만달러의 요금을 받는다. 공항 보안검색대 앞에서 신발 벗고 기다리지 않는 대가다. 전세 제트기는 LA~뉴욕 5시간 비행에 무려 7000만원이 드는 반면 일반 여객기 삯은 최저 300달러 정도다. 500억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게 되는 씨티그룹에서 최근 5000만달러짜리 프랑스산 호화 제트기를 구입하려다 의회와 대통령으로부터 핀잔을 듣고 철회하기도 했다.

실제로 2006년 출범한 민간 전세기 회사 XO제트사는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7년과 지난해 잇따라 전년대비 각각 80% 66%의 순익 신장을 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순이익은 6억258만달러에 달했다. 2007년 1500명이던 고객 수도 지난해는 2500명으로 늘었다. 회사는 2012년까지 현행 50대의 비행기를 127대까지 확충할 방침이다.

20여년간 부자 재산 늘었지만 서민 재산은 줄어

미국은 1980년대 이래 부자 재산이 늘고 서민 재산이 주는 사회를 만들어왔다. 뉴욕대 경제학과 에드워드 울프 교수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2004년 현재 미국 재산의 70% 이상이 상위 10% 부자들에게 몰려 있다. 소득하위 90% 사람들이 미국의 28.7% 재산을 나눠갖는 동안 상위 1%가 34.3% 1~10%가 37.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소득상위 20%의 사람들이 가진 전체 재산은 83년 81.3%에서 2004년 84.7%로 늘었다. 같은 기간 소득하위 40%가 가진 재산은 0.9%에서 0.2%로 4분의 1 이상 줄었다. 미국의 부가 계속 늘었지만 서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은 셈이다.

 

울프 교수는 “2000년대 들어 20년 전에 비해 중산층의 부채비율이 눈에 띄게 치솟는다. 동시에 중산층이 옅어지는 현상도 분명해진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소득은 국부가 크게 늘어도 제자리걸음이다. 정규직 남성 노동자의 연간 중위소득은 73년 4만6659달러 이래 2007년(4만5113달러)에 이르기까지 4만5000달러 선에서 미동하고 있다. 노동자 수입은 제자리였지만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70년(1조396억달러)에 비해 2005년(12조4339억달러)에는 10배 이상 늘었다.

신자유주의는 부자 재산 늘려주고 세금 혜택 주기

반면 주요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일반노동자들이 1년간 벌어야 할 돈을 거의 하루 만에 벌어들였다. 미국 정책연구협회(Inst itute for Policy Studies)에 따르면 2007년 500대 대기업체 CEO들의 평균임금은 1054만4470달러로 미국 노동자 평균수입(3만617달러)의 344배에 달했다. 조사를 담당한 로즈마리 스코트는 “30년 전 CEO들의 수입은 평균노동자들의 30~40배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이런 회사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세법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결국 서민의 혈세를 다시 CEO들에게 돌려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미국은 부자들에게 재산을 몰아주되 세금은 깎아주는 체제였다. 미의회 예산처에 따르면 상위 1% 부유층에 대한 연방정부 평균세율은 80년 34.6%였지만 레이건 취임 이후 86년 25.5%에 이르기까지 급락했다. 이후에도 미국은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 부자·대기업 대상 감세가 빈번했다.

빌 클린턴 정부 말 GDP 대비 2%대 흑자였던 재정이 조지 부시 정부 말기 GDP 대비 3%를 넘는 약 5000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컬럼비아대 스티글리츠 교수는 “부시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이 경제위기를 야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런던대 조지 어빈 교수는 신자유주의에 따른 사회 불평등은 사회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고 했다. 그는 2007년 ‘신자유주의 핵심국가 내에서의 양극화’란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레이건-대처 시대 미국과 영국은 기업하기 좋은 세상을 만든 것 같지만 사실 산업구조는 개선이 아니라 악화됐고 금융은 과도 팽창했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됐지만 중산층은 자신이 딛는 발판이 튼튼하다는 확신을 잃었다. 특히 노동자들에 있어 ‘신경제’란 말은 가족부양과 노후보장을 위해 훨씬 많이 일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미국은 전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부자지만 미국의 서민들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은 본래 그런 나라였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이 모두 신자유주의 정책도입 이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장관순기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이기수·박경은기자>